김은주 "하이힐 신고 뛰어다니던 김 과장이 어떻게 CEO가 됐냐고요?"

입력 2018-11-08 16:29   수정 2018-11-09 09:58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하드웨어'에만 편중…자문 인력 모자라
중소 기업에 기여하고 픈 사명감 있어
외국 바이어들 의도 정확히 파악해야
희망 없는 사람들에게 꿈 전하고파
치열한 경쟁 사회…기회는 반드시 온다




하이힐을 신은 채 여성의 몸으로 해외 곳곳을 누비며 기술 영업 및 글로벌 마케팅을 펼쳐온 사람이 있다. 자신이 쌓은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라며 수출에 애를 먹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구원 투수를 자처한 김은주 EMC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하이힐 신고 납품하던 김 과장은 어떻게 17개 명함 가진 CEO가 됐을까?'라는 책을 내며 중소 기업 관계자 및 사회적 약자에게 화제를 받았던 김 대표를 직접 만났다.

▲ 수출컨설팅 업체 'EMC'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수출 컨설팅'이라는 개념이 생소한데

말 그대로 수출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주는 거다. 해외 수출을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중소 기업이 상당히 많다. 그 기업들에게 해외 수출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수출 자문, 해외 영업 코칭,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 구매·수출 대행, 무역 교육, 거래 협상, 계약서 검토, 수출 서류 작성, 선적 등 수출 관련 절차를 전반적으로 지원하고 그 댓가로 수익을 낸다.

현재 중소기업 6~7곳의 자문을 맡고 있다. 프로젝트에 따라 기간도 다르고 자문 성격도 달라진다. 저는 경기도에서 주관하는 사업을 많이 했다. 경기도가 기업 육성에 관심이 상당히 크다. 기업들의 애로에 관심이 많고 고민이 남다르더라. 예산도 많이 투입한다.

최근 정부의 수출 정책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 정부 관계자 만나서 중소기업 지원이 영문 홈페이지, 영문 카탈로그 등 '하드웨어'에 치우쳐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제가 중소기업 방문해보면 가보면 그런 '하드웨어'를 활용을 못하더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드웨어'는 있는데 그걸 운영할 '소프트웨어'가 없는 상황이다. 인력도 없고 수출 경험도 없는 중소기업이 태반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문과 인력이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손잡고 같이 뛰어야 한다. 바이어만나는 자리에 데리고 가서 상담도 같이 하고 다양한 코칭을 해준다. 이런 부분들이 많이 필요하다. 최근 조금씩 수출 자문이라든지 해외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사업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가 운영하는 회사는 이러한 부분을 컨설팅하고 있다.

▲ 회사 규모는 어떻게 되나?

창업은 규모보다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하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현장에서는 국제운송 전문가, 관세사, 법무사, 변호사, 통번역전문가, 국제인증 전문가 들과 협업한다. 중소기업에 필요한 자문을 제공하고 수익을 내는 구조다.

▲ 사업 노하우나 지식 전수가 공짜라는 풍토가 있다.

여전히 산업계에서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다. 그런 걸 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문 좀 해주는 게 어때?" 그런 식으로 말한다. 그래서 쉽지 않았다. 3년 전에 처음 창업할 때에는 가는 곳마다 브로커 취급을 당했다. '수출 컨설팅'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거다.

정부에서 주최하는 사업 설명회를 가도 제가 하는 사업의 정체성을 물어본다.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 한마디로 "나의 시간과 경험을 자산으로 해서 지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라고 말한다. 시간을 투자하고 지식과 경험을 투자하는 것, 이게 제 서비스이자 자산·수익모델이다. 여기까지 오는 게 너무 힘들었다. 아직도 갈길이 멀다.

창업 1년차에는 "이걸 할 수 있을까? 지속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의문이 많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작년부터 하나씩 거래처를 뚫었다. 경기도에서 하는 사업을 계속 모니터링했더니 기회가 왔다.

▲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많을 것 같다.

많은 곳에서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나의 길을 가기로 했다. 큰 회사에 소속되면 안정적일 수는 있겠지만 나의 뜻을 다 펼치지 못한다. 해외 수출을 잘 모르는 많은 중소기업들에게 기여하고자 하는 사명감이 있다. 저는 제가 세운 '수출 컨설팅'이란 자산이 수익이 날 수 있다는 걸 끊임없이 증명하려 한다.

▲ 3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게 인상적이다.

외국어는 제가 하고 싶은 일 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무기다. 무기가 없으면 전쟁터에 나갈 수 없지 않나. 하나만 장착하면 만날 수 있는 세상이 작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를 완벽하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역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외국 바이어들을 설득하고 나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한다.

15년 전 미국 바이어를 만나러 갔을 때 한국에서 온 작은 여성을 얼마나 우습게 봤겠나. 열 명이 넘는 미국 바이어들이 다리를 꼬고 앉아서 질문을 마구 쏟아냈다. 그때 난 더 당당해 질 수 있었다.

▲ 중소기업 컨설팅을 할 때 어떻게 하는지?

일단 마음가짐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경청'이 영업의 시작인 것이다. 바이어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야 한다. 협상이 제대로 안되면 프로젝트가 결렬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바이어와의 만남은 첫 만남이 중요하다. 그때 잘못하면 본격적인 협상까지 가지도 못한다. 이런 것들도 다 경험을 통해서 깨우쳤다.

반대로 수출 경험이 전무한 중소기업 같은 경우에는 해외 수출에 자신감이 많이 없다. 그럴 때에는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감을 주려는 방향으로 코칭한다.

▲ '하이힐 신고 납품하던 김 과정은 어떻게 17개 명함 가진 CEO가 됐을까?'를 발간해 화제가 됐다. 어떤 계기로 책을 쓰게 됐나?

작년에 남편을 잃었다. 그게 큰 전환점이 됐다. 그 전환점이 없었으면 책을 낼 용기는 못냈을거다. 책을 내기까지 스스로를 뛰어넘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 전에는 몸 담았던 조직과 국가를 위해 용기를 냈다면 이제는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진 분들을 위해 용기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 아픔을 세상 밖으로 꺼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책을 쓰면서도 아픔이 생각났고 눈물을 흘렸다.

전에는 누구를 만나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서 남편이 없다는 건 큰 약점이다. 누군가의 아내로서 가질 수 있는 평안은 포기했다. 남편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차이가 크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책을 썼다.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다.

▲ 청소년들한테 용기를 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이힐 신고 납품하던 김 과장은 어떻게 17개 명함 가진 CEO가 됐을까?'가 생각보다 다양한 분들이 읽어주셨다. 처음에 책을 쓸 때도 중소기업인들만을 위해서 쓴 건 아니다. 앞으로 사회에 진출할 20~30대 여성들이 저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제가 명함을 17개 만드는 데 꼬박 20년이 걸렸다. 다른 여성들이 자신들의 꿈을 이루는데 20년이나 걸리길 원하지 않는다. 저는 멘토가 없었고 직접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웠다. 그런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싶었다.

▲ 사회 초년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우리는 대학교에서 공부만 했을 뿐 진짜 세상이 어떤지 배우지 못했다. 그건 부모님에게서도 배울 수 없다. 그래서 다들 회사에서 엄청 깨지고 힘들게 배운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건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는 걸 각오하고 세상에 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직장에서 어떤 사람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사회에서는 기회가 많지 않다. 하지만 기회는 반드시 온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

그가 쓴 책에는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차별과 역경, 그리고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눈물겹게 담겨 있었다. 이 책은 수출에 애를 먹는 중소기업인들을 위한 지침서이자 좌절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대한 힐링 서적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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